2008. 3. 1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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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왜이러나 … 인사이트펀드 석달새 1조원 날려
노컷뉴스기사입력 2008-03-13 06:02
투자자 불안 확산…환매사태땐 업계 공멸 우려도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인가, 미래에셋이 요즘 심상치 않다.
지난해 국내 펀드 자금을 싹슬이 하며 금융계의 새로운 권력으로 급부상했던 미래에셋이 최근 세계적인 증시 약세에 맥을 못추며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달여만에 4조7천억원을 끌어모은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는 3개월만에 1조원을 까먹었다.
투자자들은 실망감을 넘어 미래에셋의 허상에 속은 것 아니냐는 극단적인 반응마저 보이고 있다.
공룡의 굴욕… 미래에셋 '인사이트펀드' 3개월 수익률 -22%
지난해 11월 초 집안의 유동 자금 1천여만 원을 끌어모아 '치열한' 경쟁을 뚫고 미래에셋 인사이트 펀드의 당당한 투자자가 된 직장인 이 모(30)씨.
이씨는 지난 1월 21일 미래에셋이 처음 내놓은 자산운용보고서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수익률 -22.38%. 불과 세 달만에 200만 원이 넘는 돈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잃어버린 까닭이다.
이씨와 같은 개미들의 피 같은 돈 4조 7천여억 원 가운데 1조원이 소리없이 사라진 가운데, 미래에셋은 운용 수수료로 150억여 원을 챙겼다. (운용수수료가 여타 해외펀드에 비해 50% 더 높은 1.5%) 이 틈에서 판매사들이 챙긴 수수료도 1백억 원에서 2백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미래에셋 중국 펀드로 재미를 좀 본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미래에셋을 추천하길래 나도 따라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잘못 판단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미래에셋이고 뭐고 더 잃기 전에 빨리 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이란 브랜드에 대한 과신이 가져온 결과"라면서 "미래에셋은 이상하리만치 중국에 집착하고 있는데 만약 인사이트 펀드가 중국 주식 비중을 줄이고 남미나 금 관련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지금같은 굴욕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월 21일 공개된 인사이트펀드의 3개월 자산운용보고서에 따르면 주식 투자 비중이 전체 91%에 이르고 있다. 투자지역으로는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58%, 라틴 아메리카가 14%등이며 업종별로는 금융이 27%, 일반산업 22%, 에너지 14%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이 세계 경기 하락 영향과 함께 긴축 정책에 대한 우려 등으로 지난 3개월간 -20% 안팎의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은 중국 관련 주식에만 40% 넘게 투자하고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고점을 찍고 하락세에 접어든 세계 증시 경기를 감안한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든 투자를 하도록 설계된' 인사이트펀드는 주식이 아니라 채권에, 중국이 아니라 남미에, 금융이 아니라 금, 원자재와 같은 실물에 투자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박현주 회장이 각별히 챙긴다고 소문이 난' 인사이트펀드는 중국에만 '몰빵'했다.
이번 자산운용 보고서를 본 대다수 투자자들도 "기존 브릭스 펀드와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으나 박 회장은 최근 언론들과의 줄이은 인터뷰에서 "중국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확신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일 생각이 없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수익률 상위 30개 해외주식형펀드를 뽑아본 결과,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는 불과 2개에 불과했다.(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해외주식은 102개) 반면 JP모건이나 도이치, 신한BNP파리바 등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는 30위 내에 서너개씩이 들어있고, 산은, KB 자산운용 등 국내 자산운용사도 두세개씩은 랭크시켰다.
또 같은 시점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전체 해외펀드의 연초대비 수익률도 평균 -1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브랜드 지지도와 성과에 비하면 해외 성적표는 초라하기만하다.
미래에셋의 힘은 광고에서?
미래에셋 고객들은 여전히 '미래에셋을 믿습니다'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양 모씨(32)씨는 이에 대해 "미래에셋이 광고 공세를 퍼부은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양씨는 "미래에셋은 브랜드 마케팅의 성공 케이스"라면서 "'투자하면 미래에셋'이라는 광고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데다 미래에셋 중국 펀드 신화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고객들이 충분한 근거 없이 미래에셋 펀드로 몰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협회의 광고심사 세부현황을 보면 지난해 미래에셋 자산운용의 광고 심사 건수는 265건으로 단연 1위를 차지했으며, 미래에셋맵스 자산운용의 53건까지 포함하면 2위인 삼성투신운용 239건을 크게 앞지른다.
올해 1,2월 광고심사 건수를 봐도 미래에셋 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 자산운용의 총 광고심사건수는 34건을 차지해 삼성투신운용 43건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부스러기 못 먹어도 좋으니 제발 살아만 있어줘…"
이제 인사이트펀드 투자자들은 다가오는 5월이 자신들의 자산운용에 꽃을 피워줄지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다. 5월은 인사이트펀드의 두 번째 자산운용 보고서가 나오는 달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들은 투자자들을 비롯한 언론들의 이같은 '과도한' 관심에 부담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이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은 또 최근 증권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인사이트펀드 운용에 대한 실적자료를 제공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른데 이어, 인사이트펀드에 대한 내부인들의 입단속에 적극 나서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인사이트펀드는 미래에셋의 미래이기도 하지만, 국내 펀드 시장의 미래이기도 하다.
인사이트펀드 수탁고 규모는 미래에셋 전체 수탁고 46조원의 1/10을 차지하며, 전체 펀드 수탁고 130조 원의 1/30에 해당하는 공룡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펀드의 실적이 좋지 않다면 대규모 펀드 환매 사태, 이른바 펀드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여타 펀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미래에셋이 파이 부스러기라도 좀 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혼자만 독식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면서도 미래에셋이 몰락하면 전체 펀드시장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에 한숨만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