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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 기운으로 한반도 영적 에너지 제공

여산신 이론에 대한 다른 이론은 계룡산 신원사의 묘봉 스님(조계종)이 제기한 것이다. 백두산에서 칠봉산,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주왕산, 단석산, 그리고 가지산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동쪽 가장자리를 따라 뻗어내린 백두대간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산들엔 남성산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묘향산, 송악산, 삼각산, 수락산, 치악산, 계룡산, 속리산, 모악산, 지리산 등과 같이 한반도 중앙과 서쪽에 위치한 산들엔 여산신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 지난 2월 아침 남쪽에서 바라본 지리산 천왕봉. 1,915m로 남한에서 가장 높으며, 리더격 여성의 한 형태로서 여산신화 된 과정으로 보고 있다.(왼쪽) / 몇 십 년 전에 잃어버렸던 지리산 성모할매 산신의 고대 원래 동상이 지금은 법계사 입구 근처 천왕사에 안전하게 모셔져 있다.(오른쪽)
이 산들을 사이에 두고 지기(地氣)의 양극인 음양이 존재한다. 이는 한반도 전체를 조화롭고 더 발전하도록 기운을 북돋아 준다. 음양의 상호작용으로, 남산신과 여산신은 한반도의 영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모태가 되고 있다. 묘봉 스님의 이론은 세련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하지만 반론의 예들도 역시 제기되고 있다. 산을 예찬하는 이들의 이론과 주장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폭넓게 퍼져 있는가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적어도 지금까지 연구답사를 통해, 그리고 예술작품을 통해 다양하고 난해하게 묘사된 산신을 살펴봄으로써 특정 산에 존재하는 산신의 성별이 무엇인지 정의해 보았다. 지형학적인 특성에 따라, 풍수지리 전문가들에 의해, 혹은 무당이나 예술가를 통해,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상에 의해 산신의 성별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에 있어 모든 요인들은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총체적인 의미로서 산신과 일반적인 수호신으로서 산신의 역할은 남자와 여자, 혹은 둘 다이거나 둘 다 아닌 무엇으로 구분 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산신을 신뢰하고 섬기는 한국인들에게 산신의 역할은 중요한 모순적 문제가 아니다. 아마도 자연신은 초월적이고 고정된 성 역할 이상이며, 언제든지 그 의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내대천 계곡 북쪽의 길상암 산신그림은 표준적인 불교 산신 모습을 띠고 있다. 이 산신은 마나님 같은 위엄을 보여준다. 불로초를 들고 있고, 동자와 화난 호랑이의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의 산신 그림이다.
남한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며, 백두대간의 남단 종착지인 지리산 천왕봉(1,915m)의 산신령은 가장 중요하고도 영향력 있는 여산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여산신의 이름은 지리산 천왕봉 성모할매 산신이고, 한국의 몇 안 되는 전통 수호신으로 손꼽힌다.

어떤 이들은 큰 봉우리를 한 명의 여산신으로 여기지만, 다른 학자들은 한 쌍, 즉 두 명의 산신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천왕은 남편, 성모할매는 그의 아내라고 하는 식이다. 어떤 절에는 한 쌍의 남녀산신의 탱화와 입상이 특색을 이루고 있다. 이것은 남녀 한 쌍으로 이뤄진 지신을 조상대대로 믿고 있는 고대 중국의 도교 전통을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산신령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지리산 동쪽에 위치한 천왕봉과 서쪽에 위치한 노고단이 가장 영험한 여산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같다. 반면 세 번째로 높은 봉우리이면서 중앙 가까이 있는 반야봉은 남산신으로 여긴다. 이러한 여-남-여의 산신구조는 음-양-음의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음양 조화의 개념은 몇 가지로 확대해 적용됐다. 북쪽에 있는 삼정봉은 여산신, 남쪽 봉우리인 삼신봉에는 남삼신을 가지고 있다.

월간산
posted by 개구리발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