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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산신이 대부분…수락·계룡·지리산 동쪽에 보여
조선조 이후 유교 영향으로 남산신이 전체의 97%

가장 영험하기로 소문난 지리산 산신에 관한 고찰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산봉우리에 존재한다는 여자 산신령에 주목해 보고자 한다. 산신령의 성별(性別)에 대한 쟁점은 단순하게 설명되기 어려운 부분이어서 20여 년간 계속되어온 나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의문점은 풀리지 않았다.


▲ 현대적인 산신탱화에서 불멸의 여산신으로서 천왕봉을 묘사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성한 색깔인 흰 색의 엄청난 호랑이가 그녀를 호위하고, 양쪽 끝에는 원래의 호랑이가 지키고 있다. 그녀 뒤에는 팔도의 산을 대표하는 8명의 산신이 있는 것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다. 그들은 각각 인삼이나 다른 신성한 상징을 들고 있다.
지리산은 둥그렇게 둘러싸인 형세의 영향으로 지기(地氣)의 음(陰)에 해당하는 산이라 여겨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설악산은 바위가 많아 험준하고 굳센 형상을 띤 양(陽)의 산이다.

그러나 산의 형세가 산신의 성별을 구분 짓는 건 아니다. 계룡산의 경우만 보더라도, 다른 많은 산들처럼 날카로우면서 굳센 형세를 지녔음에도 여신이 깃들여 있다고 본다. 대부분의 산신이 고대로부터 여신이었고, 소수의 몇몇 산신만이 남자라는 것에 대해 많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듯하다.

▲ 성스러운 어머니 상을 나타내는 천황사 산신 탱화. 남성 특징을 보여주고 있으며, 남녀 산신이 각각 한 마리씩의 호랑이를 타고 있지만 절대적인 역할은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 탱화를 그린 화가는 불교와 샤머니즘의 혼합된 형태로 특징을 나타내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는 남편으로서 천황산신과 부인으로서 성모산신을 보여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여산신(女山神)은 산각시, 산마수라, 산신할머니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300여 년간 만들어진 산신의 회화, 입상, 조각 등을 보면, 고령(高齡)의 남자로 묘사되어 있다. 사원이나 박물관에 소장 전시된 작품 중 97%가 할아버지 이미지를 풍기는 남자로 묘사되어 있다. 이는 조선 500년을 지배한 유교와 권위주의 문화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집해온 1,500장의 사진 중 여신이거나 남자와 여자가 같이 있는 것은 50점도 채 안 되는 3%일 뿐이다. 이들은 3개 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수락산, 대전 계룡산, 지리산 천왕봉 산자락이 바로 그곳이다.

▲ 내대천 중앙 부근 조그만 샤머니즘 암자인 청천암의 산신그림은 상대적으로 젊은 여산신을 보여주고 있다.
주민들에게 산신은 마치 수호신과 같은 존재로 여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산신을 여자로 간주해 매년 열리는 제사 의식에 앞서 일정기간 아내와 잠을 자지 않고 산신을 위해 밥을 짓는 선발된 남자가 모시는 것이 관례였다. 이것은 한국 샤머니즘의 성(性)의 상호보완성에 관한 통념이나 고대의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반향일지도 모른다. 영국 교수 제임스 그레이슨(James Grayson)은 한국 산신에 대해서 여산신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김회우 교수는 산신에 관해 몇 가지 특징을 개념화하려고 했다. 대부분의 남자 산신은 실제 존재하던 사람이 사후에 특별한 이유나 득도에 의해 산신이 된 경우라는 것이다. 반면에 여산신은 대부분이 본래 산신이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다시 한번 제시된 옛날 이야기는 내가 그동안 연구한 이론에 적용해 보면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월간산
posted by 개구리발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