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죄송합니다.
이런 글을 쓰게된다는 것이 죄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 도무지 저도 알수가없습니다.
시청광장이 만들어지기 전 가끔 그곳으로 볼일이 있어 차를 갖고 갈때면 복잡한 교통체계에 헷갈리는 때가 많았습니다. 어느날 그 복잡한 곳에 광장이 들어서고 보기좋게 잔디가 깔린 것을 보고 “우리나라도 참 좋아졌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삼일고가도로가 철거되고 청계천이 복원되어 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서울도 이제 아름다워지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움만 아니었습니다.
촛불이 들어서면서부터 그곳은 집회명소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피가 튀기 시작했습니다. 각목이 날기 시작했습니다. 물대포에 쇠파이프, 돌멩이가 날고, 육탄전이 벌어집니다.
아름다운 시민의 휴식공간이 아닌 집회장소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시민휴식공간이라는 생각보다는 집회가 없는 날에만 시민에게 개방되어진다는 생각이 더 깊게 자리잡았습니다. 언제 어느때라도 집회장소로 집회참가자들만 모이면 되는 곳. 집회가 없는 날에만 시민에게 공개되는 곳이라고 말입니다.
7월 말, 광화문이 시민광장으로 멋있게 만들어졌습니다.
그 아름다운 광장이 생겼다는 것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좀더 중앙청앞으로, 좀더 청와대앞으로 다가선 집회광장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에 그 아름다운 광장이 시민의 광장으로 얼마나 버틸수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서울 도심의 광장은 온통 집회장소로서 명성을 쌓아갑니다.
여의도광장부터 시청광장 그리고 청계천 거기에다 광화문광장이 아마도 집회명소로 자리잡아 갈테고 집회나 시위를 주도하는 단체들은 장소가 많아져서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정말 무식한 생각이겠지만 왠지 그곳에서 피를 흘리고, 각목이나 쇠파이프를 들고, 물대포를 쏘는 슬픈 사연들이 생겨날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 별로 기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광장이 생기는 것만큼만이라도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만큼이라도 살기 편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을 생각해서 만들어지는 공간이 휴식명소로 자리잡을만큼만 정치가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불안한 생각이 무식해서 나오는 생각이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 무식한 -